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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수주문학상에 이병일 시인 뽑혀
수주문학상운영위 주최, 수상작 「기린의 목은 갈데없이」
기사입력  2014/09/19 [19:43] 최종편집    나정숙 기자

시상식은 10월 28일 개최

 

▲ 이병일 시인     © 부천시민신문

수주 변영로의 뛰어난 문학의 향기와 올곧은 민족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9년 부천시에서 제정한 제16회 수주문학상에 이병일 시인의 「기린의 목은 갈데없이」가 선정됐다.
지난 8월 1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작품 공모에는 전국에서 331명의 작품 2,800여 편이 접수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수주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구자룡)는 예심을 통과한 40명의 작품 230편 가운데 6편을 선정했으며, 본선 심사에서 이병일 시인(서울)을 제16회 수주문학상 당선자로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심사는 고형렬·장석주 위원이 맡았다. 

정석주 심사위원은 심사평을 통해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40여 작가들의 작품들은 저마다 다채로운 개성으로 시적 진경에 가 닿았기에, 그걸 한 편 한 편 읽어내는 일이 즐거웠다”며 “최종심에서 다뤄진 시들은 「기린의 목은 갈데없이」, 「가막조개」, 「꽃마리」, 「별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방식」, 「사랑하는 이에게」, 「미안의 피안」 등 6명의 작품들었다. 이 작품들의 수준이 기대에 비해 상당히 높아서 놀랐다. 다들 시의 기본을 충실히 다진 단단한 시편들이었다. 앞으로도 더 좋은 시를 써낼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기대됐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또 여섯 작가 가운데 “ 「기린의 목은 갈데없이」 외 작품을 낸 응모자가 빼어났다. 처음 시를 읽을 때 왜 하필이면 기린일까 하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지만 ‘곡선의 힘으로 뭉쳐진 기린의 목’에 대한 상상력은 단박에 독자를 아프리카 고원으로 안내한다”며, “그 길고 아름다운 목을 가진 기린이 사는 아프리카 고원은 약육강식의 원리가 엄연하고 ‘덫과 올가미’들이 널린 곳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고원이 먹고 먹히는 정글 법칙이 엄연한 신자유주의의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자본 논리가 판치는 현실에 대한 강력한 은유로 탈바꿈할 때, 우리 심사자들은 이 시인의 솜씨에 감탄했다”고 평했다.

 


               기린의 목은 갈데없이   
 
기린의 목엔 광채 나는 목소리가 없지만, 세상 모든 것을 감아올릴 수가 있지 그러나 강한 것은 너무 쉽게 부러지므로 따뜻한 피와 살이 필요하지
 
기린의 목은 뿔 달린 머리통을 높은 데로만 길어 올리는 사다리야 그리하여 공중에 떠 있는 것들을 쉽게 잡아챌 수도 있지만
 
사실 기린의 목은 공중으로부터 도망을 치는 중이야 쓸데없는 곡선의 힘으로 뭉쳐진 기린의 목은 일찍이 빛났던 뿔로 새벽을 긁는 거야
 
그때 태연한 나무들의 잎눈은 새벽의 신성한 상처와 피를 응시하지
 
아주 깊게 눈을 감으면 아프리카 고원이, 실눈을 뜨면 멀리서 덫과 올가미의 하루가 속삭이고 있지
 
저만치 무릎의 그림자를 꿇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기린의 목과 목울대 속으로 타들어가는 갈증의 숨을 주시할 때
 
기린의 목은 갈데없이 유연하고 믿음직스럽게 아름답지 힘줄 캄캄한 모가지 꺾는 법을 모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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