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거듭되는 국회의 선거구 획정 ‘방치’“국회의 책무 회피는 국민 우롱과 헌법 파괴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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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선거구 획정이 아직 미정이다.
부천의 선거구가 1개 조정된다는 놀라운(?) 소식은 지난해 12월 5일 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 발표로 알려졌다. 그후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할 조정안은 발표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25조[국회의원지역구의 획정]에는 “국회의원지역구 획정의 기준이 되는 인구는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하는 달의 말일 현재 [주민등록법] 제7조제1항에 따른 주민등록표에 따라 조사한 인구로 한다”라고 법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동법 제24조의2항에는 국회의원지역구를 선거일 전 1년까지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상으로 국회의원선거구 획정(이하 ‘획정’)의 인구수 기준 시점은 2022년 12월이고, 국회의원지역구 확정은 2023년 4월 10일까지였다. 이는 정치 초년생에게 기간의 기회를 부여하는 참정권의 평등을 보장하고 더 나아가 유권자에게 인물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데 의미가 있으나, 국회(의원)는 그 신성한 법을 무려 1년 이상 방치하거나 유기하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런 선거구 조정안을 접한 경기도 부천시의 경우는 획정과 관련하여 유권자에 대한 무시이자 참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가 앞장서 해결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무책임한 정치 행태로 빚어지고 있다는 현실은 유권자들을 더욱 참담하게 하며, 국민들에게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선거와 관련해 부천시민들은 몇 년 전, 갑작스런 광역동 시행으로 투표장 접근성에서 많은 불편을 당한 것은 물론, 투표율 저조와 뭉뚱그려진 통계 등 열거할 수 없는 혼란을 겪었다. 지난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지방선거에서 직접 경험한 잊을 수 없는 사례다. 이러한 일련의 혼란을 겪으면서 광역동제의 오류를 인정, 2024년 1월 1일자로 부천의 다시 옛 구청과 동 체제로 복원되었다. 불과 2개월도 안되었는데 광역동제의 망령이 다시 부천을 흔들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부천시 선거구를 현행 4곳에서 3곳으로 줄인다는 안이 발표된 것은 지난해 12월 5일이다.
본지[부천시민신문 2023.12.06.일자]에 이미 자세한 내용이 보도되었지만 국회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에 의한 지역 구분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기존 4개 지역에서 3곳으로 축소되는 지역 구분은 기준과 근거가 황당, 그 자체였다. 물론 근거가 되는 것이 인구라지만 부천시는 아직도 인구 80만에 육박하고 있고, 선거구 당 인구 13만 5,521명~20만 3,281명이라는 기준에는 어느 정도 부합된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획정안은 구(區)에 대한 구분의 기준도 없지만 시민의 오랜 정서인 정체성의 파괴는 물론 주소지와 관련된 행정의 혼란을 막기는 어려워보인다. 보통 1년 전에 결정되면 불합리한 내용을 수정하고, 조정할 기회도 있을 뿐 아니라 설명하고 납득할 시간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행정구역과도 분리되고 뭐하나 연결되는 것이 없는 그야말로 ‘뜬금없는’ 선거구 획정은 후보자도, 유권자에게도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국민으로서의 참정권은 가장 신성하고 불가침적인 고유 권한이 투표다. 이를 지켜야 할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는 입법권을 틀어쥔 국회의원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국회와 국회의원들이 스스로의 정파적이고 지극히 사적(私的)인 이해관계로 국민을 우롱하고 탈권(脫權)하는 처사를 과연 어떻게 판단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대한민국 국회와 국회의원의 신뢰와 신임도가 최악이라지만 의원들 스스로 개(犬)판을 자행하는 건 민주국가의 패망의 길이다. 과연 정치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를 지금 뒤돌아보는 시민으로서의 느낌은 ‘참담’ 그 자체일 것이다.
공직선거법에 의한 규정대로 2022년 말 획정 하한선인 135,544명은 부천시 4곳 선거구 가운데 해당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일례로 가장 적은(획정위의 하한선) 부천시 갑지역구의 인구는 2022년 말 기준(행안부 통계 기준) 14만 9,221명으로 차이는 무려 1만3,677명이다.[부천시 총인구는 79만 128명이고, 을지역구 25만 2,997명, 병지역구 22만 6,987명, 정지역구16만 923명]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획정위가 제시한 선거구를 행정 지도로 표시해보았다. 또 하나의 그림은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자치행정의 편익을 감안해 제시본 것이다.
합구(合區) 되는 부천시 선거구는 현행 광역동 기준으로 부천시 갑지역이 심곡동·신중동·오정동, 을지역이 상동·중동·대산동·소사본동, 병지역이 부천동·범안동·성곡동이다. [2023.12.06일자 부천시민신문 참조] 획정위가 확정한 구(區)를 참고하면, 갑지역은 ([]는 현재 ‘선거구’임) 심곡동[갑] 신중동[을], 오정동[정]/ 을지역은 상동·중동[을], 대산동·소사본동[병]/ 부천동[갑], 범안동[병], 성곡동[정]이다.
위 지도상 새로 복원된 부천시의 구(區)와 동(洞)의 획정위 3개구의 인구 배분으로 비교 배정하자면, 대안으로 가장 인구가 적은 갑지역 중 인접한 심곡3동[11만 72명]을 을지역[원미구]으로, 역곡1동[1만 6.487명과 역곡2동[1만 7,047명]을 병지역[소사구]으로, 나머지 도당동 이외의 6개 동을 병지역[오정구]로 배정하면 현재 복원된 구(區)체재와도 어느 정도 부합하며, 인구수의 고른 분포[갑(원미구, 11개동) 26만 9명, 을(소사구, 13개동) 26만 3,392명, 병(오정구, 13개동) 26만 3,473명]는 물론 현재 동 주민들의 동요(動搖)나 행정상의 혼란도 최소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기존 획정위의 구분으로 인한 구와 동의 혼재는 물론 무기준과 비교하여, 필자가 제시하는 대안의 비교를 일별해 보면 확연한 차이는, 변화에 대한 시민들이 받아야 하는 충격의 최소화를 느낄 수 있으리라 감히 주장해본다. 기준은 인구와 지역에 대한 지극히 최소한의 변화와 시민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근간이다.
자고로 정치(政治)는 ‘바르게 하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그 중심에 국민을 근본으로 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갈수록 국회(의원)의 국민에 대한 패악(悖惡)이 깊고 넓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힘겨운 국민들의 상태를 과연 누가 어루만져 줄까?
그 많은 시간을, 규정을 위반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방기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국민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는, 국민의 대표들이,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출사표를 던지는 것은 그야말로 후안무치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