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감수성 없는’ 부천문화재단의 씁쓸함과 허무함

[다큐멘터리와 인문학을 잇다] 포스터를 보고

구자룡 편집주간‧시인부천시민신문 | 기사입력 2021/11/29 [02:55]

‘문화 감수성 없는’ 부천문화재단의 씁쓸함과 허무함

[다큐멘터리와 인문학을 잇다] 포스터를 보고

구자룡 편집주간‧시인부천시민신문 | 입력 : 2021/11/29 [02:55]

▲ 구자룡 편집주간

가을 햇살이 무르익던 지난 어느 날, 내가 근무(?)하는 ‘부천문학 작은 도서관’으로 1통의 우편물이 배달되었다. 보낸 곳은 부천문화재단 ‘부천시민미디어센터’라고 되어 있었다. 반가움에 황급히 뜯어보았다. 부천문화재단에서 또 무슨 좋은 프로그램으로 행사를 하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봉투를 개봉해보니 ‘홍보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과 함께 포스터 1장이 들어 있었다. 급히 펼쳐 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나쁜 시력으로 ‘세상에 뵈는 게 없는’ 내 눈이지만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포스터에는 제목과 함께 ‘아벨서점’의 사진이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었다. 

 

▲ 부천문화재단에서 제작한 행사 포스터. 인천 소재 아벨서점의 사진이 실려있다.   ©

헌책방을 이용하시는 분은 거의 아시겠지만 ‘아벨서점’은 동인천역 부근 배다리에 있는 헌책방의 이름인데, ‘왜 부천에서 하는 행사에 주인공이 되었을까?’하는 점이 처음에 드는 생각이었다. 부천에도 헌책방이 있는데…. 더욱이 부천문화재단에서 마련한 부천시민을 위한 행사인데 말이다. 물론 독자들 가운데는 “속 좁게 이런 것까지 시비(?)를 거냐, 요즘 글로벌 세상에서 우리 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도 좀 봐서 견문을 넓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실 분도 계실 것이다.     

 

어쨌든 궁금해서 부천문화재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 답변은 간단했다. 이 행사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상영하는데, 둘째 날 상영하는 <숨은 지혜 찾기>에 나오는 장면 가운데 하나란다. 담당자도 ‘아벨서점’이 인천에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설명을 해 놓았으면 좋으련만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해당 영화를 본 적이 없어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천에서 하는 문화행사 포스터에 굳이 인천에 있는 서점을 모델로 쓴 것은 매우 섭섭하다고 토로했다. 

 

부천시에는 ‘문예진흥기금‘이라는 것이 있다. 부천에 거주하는 예술가들, 또는 예술문화단체에게 약간의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정산서류 중에 올해부터 종전에 없었던 서류가 하나 추가 되었다. 부천에서 주는 문예진흥기금으로 타 지역에서 사업을 할 경우, 그 사유서를 써서 내라는 항목이다. 부천의 돈은 부천에서 쓰라는 취지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돈이 모두 부천시민이 내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좀 치사한 이야기지만 이 행사도 부천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마련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부천의 헌책방이나 관계되는 장면을 찾아 포스터를 만들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천시민이 모르는, 우리 지역 헌책방 홍보도 되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행사도 빛나고 부천도 빛나는 일 아니었을까? 그런데, 굳이 부천시 세금을 들여 인천시를  홍보해 줄 이유가 있었을까? 영화에 안나와서 그런 것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모름지기 부천시 공무원 뿐만 아니라 부천시 문화 관련 기관에 근무하는 분이라면 차제에 부천문화에 대한 감수성을 가져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열악했던 시절의 부천 

 

‘부천’은 조선시대 때만 하더라도 지명으로 등장하지 않던 도시이다. 고강동에 선사유적지를 보유한 부천이지만 ‘부천’이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14년이다. 한국을 강점한 일본은 행정구역 개편을 단행하며 인천의 일부와 부평의 일부를 합쳐 ‘부천’이라 이름 붙였다. 지명은 부평의 ‘부(富)’와 인천의 ‘천(川)’자를 1자씩 채택해 ‘부천군(富川郡)’이라고 했다. 

 

그러던 부천군이 60여 년만인 1973년, 인구 6만의 소사읍 만으로 시(市)로 승격돼 부천시가 되었다. 그래도 행정 중심은 가까운 부평과 인천에 예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소방서, 경찰서, 등 관공서가 모두 부평에 있었던 적이 있었다. 부천 사람들은 불편한 점이 많았다. 지금도 일반 전화 앞자리가 인천과 함께 쓰는 032를 사용하고 있다. 부천은 경기도요, 인천은 광역시인데 지역적으로 가깝다는 이유로 행정 편의적으로는 인천과 가깝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전화번호를 알려 주면 상대방이 꼭 물어보는 말이 있었다. 

 

“어, 인천이네요?”

“아니요, 부천이어요”

“그런데 왜 지역번호가 인천과 같아요?”

 

그 깊은 사연을 낸들 어찌 알겠는가?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개척시대 부천의 문화예술도 마찬가지였다. 부천의 예술가들이 설 곳이 없어서 한때는 인천에 소속되어야 했다. 지금의 ‘부천예총’도 처음에는 부천지부가 아닌 인천에 있던 경기예총 ‘부천지구회’였다. 모두 열악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부끄러웠지만 회사에서 중요한 회식을 할 때도 부천에는 그럴듯한 음식점이 없어 부평에 있는 식당으로 가야만 했다. 그게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도 달라지고 세월도 많이 변했다. 인구 6만, 전국에서 가장 작은 도시였던 부천이 이제는 인구 80만이 넘는 거대한 도시로 변했고 탈바꿈했다. 아니,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학창의도시까지 되었다. 그뿐이랴. 세계적인 명성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있고, 전국 유일의 만화박물관이 있는 곳이 부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부천문화재단이 문화감수성이나 부천시민들의 눈높이가 아닌, 타성에 젖은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부심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문화감수성이나 부천시민들의 눈높이에서 업무를 진행하는지 깊이 반성해볼 일이다.

 

그까짓 포스터의 사진 1장이 뭐 그리 큰 문제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관공서라면, 특히, 문화를 담당하는 기관이라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 아닐까? 필자는 부천이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처럼 알고 50년 동안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 매우 섭섭하고 씁쓸한 일이다. 

 

세종대왕은 어디로 갔는가? 

 

이참에 한마디 더 해보자. 아무리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지 않고 문호를 굳게 닫아 서로 통상하지 않는 쇄국정책(鎖國政策)이라 하더라도 어느 나라든 외국어와 외래어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처럼 무차별 외국어를 남용하는 나라는 아마 드물 것이다.

 

부천문화재단에서 보내온 우편물 공문 내용에 행사의 제목이 [부천 판타스틱큐브 씨네클래스 다큐멘터리와 인문학을 잇다]이다. 대충 이해는 간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인문학과 연계해 무슨 행사를 한다는 것 같은데, 판타스틱 큐브는 무엇이고 또 씨네클래스는 대체 무슨 의미일까? 요즘 며느리들이 시어머니가 집에 오는 것을 싫어해 못 찾아오도록 아파트 이름을 긴 외국어로 쓴다는 말은 종종 들어봤어도 이렇게 이해하기 어렵게 쓴 공문은 처음 본다. 아무리 젊은 세대를 위한다하더라도 부천문화재단이 연구기관도 아니면서 굳이 이런 난해한 외국어를 써야만 했을까? 

 

많이 알려진 ‘큐브’라는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아래 그림과 같이 3차원의 정육면체를 의미한다. 임의 차원의 입방체를 뜻하는 용어로서도 사용한다. 특히 차원을 명확히 할 때는 n차원 큐브, n큐브 등으로 말한다고 한다. 참 어렵다. 무식하게 이런 것도 모르냐고 물으면 이것 또한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부천을 대표하는 문화재단에서 그것도 시민들에게 사회에 필요한 교육의 목적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 대상과 교육 내용의 수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고급스럽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라도 시민들이 외면하면 의미가 없다. 참여 대상의 범위와 수준, 홍보 뿐 아니라 장소의 명칭이나 용어 등을 모든 시민이 알고 있다는 전제가 아니라 모르는 시민도 있다는 생각으로 업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교실’이라 해도 될 것을 ‘씨네 클래스’는 뭔가? 요즘 젊은이들은 한글을 쓰면 유치하다고 생각되어 그런가? 우리들의 영웅, 세종대왕은 어디로 갔는가?

 

사회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여러 세대가 공존하면서 사는 곳이 사회다. 아무리 노년층이 이 시대를 이해 못한다하더라도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문화행사라면 세대를 넘어, 시민 누구나 참여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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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독자 2021/12/04 [10:24] 수정 | 삭제
  • 독자 중 한명입니다. 다양한 의견은 나올 수 있으나 전혀 공감되는 부분이 없네요. 신문이라면 독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는데 이건 디지털 공해에 가깝다 생각됩니다.
  • 녹차 2021/12/03 [19:04] 수정 | 삭제
  • 글쓴이처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른 관점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내용들을 갖고 부천문화재단이 문화감수성이 없다고 말하는 건 너무 나간 것 같아요. 비판도 정도껏~!
  • 엥? 2021/12/03 [13:52] 수정 | 삭제
  • 포스터 찾아보니 수정도 되었던데, 기사까지 썼어야 했나요? 그저 부천문화재단이 싫어서 트집잡는 것 같아요.
  • 편집주간 2021/12/03 [11:44] 수정 | 삭제
  • 글쓴이는 왜 부천시민신문이 수원 사진을 싣고있는지부터 해명해야.
  • 부천 2021/12/03 [11:39] 수정 | 삭제
  • 이 기사가 제일 문화감수성이 떨어지는거 같은데. 판타스틱 큐브가 생긴지가 언제인데 이름으로 딴지 거는 것은 부천에 있는 경기도 최초 독립영화전용관을 알지도 못했다는 것 아닌가.. 부천시가 내세운 '판타지아 부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 문화감수성 2021/12/03 [11:36] 수정 | 삭제
  • 댓글이 안달리네. 편집주간이 쫄았나.
  • 콜라 2021/12/03 [11:02] 수정 | 삭제
  • 저 포스터의 목적은 씨네클래스 상영작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상영 영화와는 관련도 없는 부천 헌책방을 넣을 순 없죠. 그렇다고 부천 배경인 영화만 틀 수는 더더욱 없고요. 부천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 경험을 위해 애쓰시는데 이런 피드백은 정말 힘빠질 것 같네요.
  • 지나가는 개구리 2021/12/03 [11:00] 수정 | 삭제
  • 개구리님, 우물 밖도 좀 나와보시죠... 아벨서점은 인천 지역에만 국한된 공간이 아니라 이미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곳이 되었답니다. 설마 모르셨던 건 아니죠? ^^; 기사의 문제제기가 너무 편협해서 부천시민신문의 격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네요... 부디 좀 더 시급한 부천의 의제들을 발굴해주세요. 계속 이러시면 지역신문들이 같이 욕을 먹는답니다... 지역신문의 자부심을 가져주세요.
  • 의견 2021/12/03 [10:43] 수정 | 삭제
  • 홍보물이라는 것은 행사의 기획의도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을 제1의 목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관련 상영작의 장면을 사용하는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행사메세지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점을 지역적 구분 측면에서 지적하는 것은 핀트가 어긋난 지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지 부천에서 진행하는 행사이기에 부천 소재지의 장소를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 자체가 기획의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지나가던부천시민 2021/12/03 [10:42] 수정 | 삭제
  • 고인물일수록 썩기마련이죠. 문화예술의 발전이 어려운 이유가 이런 기사때문인가봐요~ 온갖 검열에 시달려서 어디 씨네클래스같은일을 제대로나 할수있을지~~~ 부천시 사랑의 표현은 다른식으로 하셔도 충분할것같습니다.
  • 소담 2021/12/03 [10:33] 수정 | 삭제
  • 저 포스터가 인천시를 홍보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상영 영화 목록에 아무 관련없는 부천 서점 사진을 쓴다는 게 더 이해가 가지 않네요.
  • 사람 2021/12/03 [10:03] 수정 | 삭제
  • 잉... 우연히 읽게된 기사에서 강력한 꼰대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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