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골과 ‘파비우스 전략’

한승환 논설위원(부천대 교수) | 기사입력 2021/11/24 [18:22]

자책골과 ‘파비우스 전략’

한승환 논설위원(부천대 교수) | 입력 : 2021/11/24 [18:22]

▲ 한승환 논설위원 

‘파비우스 전략’은 고대 로마의 장군인 컨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의 이름을 본떠서 유래한 말이다. 파비우스는 로마군단을 이끌고 나가 한니발에게 대항하면서 어떤 공격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니발은 본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비바람으로 인하여 병사들을 지속적으로 잃었으며, 대체할 병력도 없었다. 파비우스는 희생이 따르는 전투를 벌이지 않고도 그저 버티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축구경기에서 심심찮게 발생하는 골 장면이 ‘자책골’이다. 필자는 요즘 자책골을 볼 때마다 어떻게 하면 선거에 질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연상한다. 

 

야당 입장에서의 선거 전략은 상대편이 스스로 실점을 범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되는 ‘가만히 전략’도 한 가지 방법이다. 심지어 정부 여당의 자책골 때문에 야당 대선 후보는 막대기를 세워 놓아도 당선된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얼마전 진행된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들어봐도 정부가 이제까지 잘못 펼쳐온 부동산 정책의 해결책을 여전히 모르고 있다는 것이 오피니언 리더층의 중론이다.

 

대통령은 오로지 집값 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청년과 무주택자의 주택 공급에 주력하겠다는 의견을 강조했다. 물론 집값은 안정되어야 한다. 문제는 집값을 안정화하는 수단이다. 지금처럼 세금폭탄을 통해 부동산 과세를 강화시키는 것은 가진 자 뿐만 아니라 서민들을 힘들게 한다. 

 

임차인에게 조세를 전가시키는 결과가 이미 오래전에 예견되었음에도 정부가 알 수 없는 도그마(dogma)에 사로잡혀 임대차 3법 및 세금폭탄 강화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야말로 잘못된 정책임에도 그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일관성을 기한다는 명목하에 오히려 잘못된 정책을 강화하여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로 인해 지지율을 허공에 날리는 독선과 아마추어리즘을 보인다. 

 

국민들이 분노한 원인은 집값 상승보다는 세금폭탄이다. 결과론적이지만 집값 안정을 위한 세금폭탄조차도 집값을 올리는 세금폭탄이 되고 있다. 현 정부는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 부동산 세금 모두를 올려 사지도, 보유하지도, 팔지도 못하는 반(反)시장적인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그 대가는 조세저항과 더불어 여당에 대한 엄청난 반발로 돌아왔다. 

 

4.7 재보선 선거결과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물 흐르듯 시장의 논리에 순응해야 부동산 안정화가 될 수 있다는 진리를 아직도 모른다. 서울 민심이 보수로 기울어 가는 이유를 여전히 모른다. 무엇보다 정부 여당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아마도 집 있는 자와 집 없는 자를 갈라치기하여 정부가 집 없는 자 편에 서서 일방적 지지를 해 주는 것을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집 없는 자도 유권자지만 집 있는 자도 유권자다. 두 그룹의 비율을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집 없는 자(45%)에 비해 집 있는 자(55%)가 더 많다.

 

그리고 집 있는 자가 두 채는 있어야 전세든 월세든 1채는 제공할 수 있지 않은가?  무주택자를 위해 만든 임대차 3법은 개발도상국인 베네수엘라에서 실시하여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대표작이다. 결론은 임대차 3법의 경우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모두를 괴롭히며 사유재산 침해 요소를 가짐으로써 자본주의 기반을 흔드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이다. 세금을 제대로 내고 열심히 노력하여 장만한 집이라면 집 있는 것이 죄인가? 과거 10년 전, 정부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하여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집을 살 것을 적극 권유했고, 심지어 집을 사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는 표현까지 했다. 그 시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부동산에 의한 지방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방 소도시의 경우 1주택을 추구하는 정부정책 때문에 수도권 선호 쏠림으로 인하여 집값의 하향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지방 소도시는 주택 소유분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특히 피치 못할 사유로 2주택자가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다주택자 중 2주택 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재산세, 종부세 등 보유세를 강화했으므로 다주택자의 양도세를 한시적으로라도 감면해야 매물 증가로 인한 집값 안정 등 부동산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요약하자면 첫째 임대차 3법의 완화, 둘째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인 양도세 감면, 셋째 지방 소도시 주택의 경우 부동산 세금 산정 시 보유주택 수에서 제외, 넷째 공시지가의 합리적 조정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다면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사라진 국민들의 지지율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내년 3.9 대선도 4.7 재보궐 선거처럼 인물보다는 부동산 정책 선거가 될 것이므로 국민들의 사유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압박을 줄이면서 보다 합리적인 부동산 정책을 제시하는 편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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